정준희 통일연구원 감사/전 통일부 대변인
정준희 통일연구원 감사/전 통일부 대변인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분단 80주년이다. 1945년 8월, 우리는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되며 마침내 주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그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반도는 38선을 경계로 갈라졌고, 분단의 비극이 시작됐다.

해방과 분단이라는 상반된 역사가 같은 해에 출발한 지 8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여전히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군사적 대치와 정치적 갈등이 일상이 되었고, 민족의 혈맥은 가로막힌 채 세대가 바뀌어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80년이라는 세월은 한 개인의 생을 초월하는 길고 무거운 시간이다. 그동안 세상은 냉전의 종식과 세계화,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겪었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굴레에 묶여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접어든 국제환경도 통일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과 북핵 위협은 한반도 안보 지형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개 국가’ 노선과 무력통일 전략을 공언하며 러시아에 기울었고,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더 이상 협력의 무대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과 대결의 장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첫째,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고, 둘째, 지속 가능한 평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평화 없는 통일은 불가능하고, 통일 없는 평화는 허상이다. 비핵화와 평화정착은 통일로 가는 필수 관문이다.

전략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관광·환경·교육 등 생활밀착형 협력으로 접점을 넓히고, 북한 인권 개선과 정보 유입을 통해 내부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동시에 통일교육과 국민 인식 제고를 강화해 대내 역량을 높이고,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과의 다층적 외교를 통해 국제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전략과 우선순위를, 국제사회는 외교와 지지를, 시민사회는 인식 확산과 참여를 담당하는 삼각 협력 체계가 절실하다.

광복 80주년은 우리에게 묻는다. “다음 80년에도 분단을 이어갈 것인가?” 통일과 평화, 비핵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스마르크가 말했듯,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회가 왔을 때 그 ‘옷자락’을 붙잡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통일은 반드시 온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날을 맞이할 준비를 지금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제 통일을 다음 세대의 숙제로 미루는 무책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민족 생존의 문제이며,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과제다. 더 이상 ‘언젠가’라는 모호한 약속에 기댈 수 없다.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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