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방산, K-안보의 숨은 주역 ‘K-예비전력 혁신’의 시대가 오고 있다 -
인구절벽이 국가 소멸을 논하게 하는 시대, 그 가장 날카로운 파편은 국방의 심장부를 향하고 있다. 병역자원의 급감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닌, 우리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현실적 위협이다. 2040년이면 현재의 상비 병력 규모 유지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통계청, 2023)은, 기존의 정규군 중심 국방 패러다임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제 생존을 위한 국방 시스템의 전면적 재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 솔루션은, 적의 급소를 찌르는 비대칭 역량, 즉 ‘비대칭성 기반 한국형 군사혁신(Asymmetric K-RMA)’의 핵심축으로서 ‘K-예비전력’을 재발견하는 데 있다.
이 거대한 국방 패러다임 대전환의 중심에서 린치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바로 ‘K-예비전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필자가 건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계룡학습관장으로서 총괄 책임을 맡아, 육군본부 동원참모부와 공동으로 기획·운영한 「2025년 예비전력 업무 담당관 교육과정(8.5.~7.)」의 성과를 통해 얻은 것이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필자는 대한민국 국방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뚜렷하게 목격했다. 그 핵심은 예비전력을 더 이상 상비전력의 빈자리를 메우는 ‘보조 전력’이 아니라, 국가 방위의 핵심을 이루는 ‘설계 전력(Designed Force)’으로 격상시키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분’에서 ‘비대칭 전략 자산’으로: K-예비전력의 재인식
윈스턴 처칠은 “예비군은 여분이 아니라, 우리 생존이 걸린 증강 전력”이라고 역설했다. 오늘날 미군 역시 “현역만으로는 더 이상 전쟁에 나설 수 없다”라고 선언하며 예비전력을 국가 전략의 필수 요소로 통합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예비전력은 실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전략 자산’이다.
200만 명이 넘는 병력 자원(병무청, 2024), 그중 70% 이상이 대학 교육을 이수한 고급 인력이며, 98%에 달하는 높은 훈련 참여율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만의 강점이다.
문제는 이 엄청난 잠재력을 어떻게 실제 전투력으로 변환하느냐에 있다. 과거의 예비군은 현역의 결손을 보충하는 ‘양적’ 개념에 머물렀다. 그러나 미래 전장은 병력의 수가 아닌 기술과 전문성, 그리고 통합성이 승패를 가른다. K-예비전력의 혁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즉, 예비군 개개인이 가진 사회적 전문성과 지식을 국방 역량으로 직결시키는 ‘질적’ 전환을 통해, 병력 감축의 위기를 적의 허를 찌르는 비대칭성의 기회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군사력의 열세를 첨단과학기술과 전문성이라는 비대칭적 강점으로 만회하자는 Asymmetric K-RMA 개념의 본질과도 부합한다.
구체화되는 미래: K-RMA의 동력, K-상비예비군과 기술예비군
이러한 비전은 더 이상 구상에 머물지 않는다. 정부와 군은 구체적인 청사진을 통해 K-예비전력 혁신을 현실화하고 있다. 2014년 ‘비상근 예비군 제도’로 시작해 법적 기반을 다진 이 제도는, 2025년부터 ‘상비예비군(Standing Reserve Force)’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난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평시에도 부대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시적 전투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선언이다.
K-상비예비군 제도는 연간 최대 180일까지 복무 기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고, 합당한 보상을 통해 지원자의 동기를 부여한다. 특히 ‘상비예비군 집중편성부대’를 기존 24개에서 30개로 확대 운용하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입증하고 본격적인 확산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미래 전장의 핵심인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의 접목이다. 군은 2025년 창설을 목표로 현역 시절 사이버 작전 경험이나 민간 정보보호 분야 경력을 가진 예비역을 중심으로 ‘사이버 예비군’ 창설을 추진 중이다. 또한 육군동원전력사령부는 K-상비예비군에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드론 운용 교육과 자격을 부여해 무인 전투체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민간의 우수한 기술 인력을 국방에 즉시 활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자, 저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내는 Asymmetric K-RMA의 핵심이다. 실제로, K-예비전력의 혁신 없이는 적의 급소를 찌르는 첨단과학기술 강군을 목표로 하는 Asymmetric K-RMA의 구현은 불가능하다. 사이버 예비군과 드론 운용 예비군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들은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이자 대한민국의 핵심 비대칭 전력으로 기능할 것이다.
세계적 흐름과 우리의 과제
예비전력 강화는 비단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위협을 절감한 독일은 ‘차이텐벤데(Zeitenwende, 시대적 전환)’를 선언하며 국방 개혁에 착수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11년 폐지했던 징병제를 ‘선별적 복무 모델’이라는 유연한 형태로 재도입하고, 예비군 병력을 현재 6만 명에서 20만 명 수준으로 3배 이상 증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는 예비전력 강화가 세계적 안보 트렌드임을 보여준다.
물론 갈 길은 멀다. K-상비예비군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군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장기간의 복무를 선택하는 예비군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의 ‘USERRA(군인고용 및 재고용 권리법)’와 같은 강력한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가 필수적이다. 예비군 복무를 개인의 희생이 아닌, 기업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국가적 기여’로 인식하는 문화적 전환 또한 시급하다.
결론 : 대한민국 평화의 열쇠 = 강력한 K-예비전력
K-팝과 K-방산에 이어, 이제 잠자는 K-예비전력을 깨워야 한다. 이는 병력 감축 보완을 넘어,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 평화를 보장할 최강 비대칭 카드다.
“강력한 K-예비전력이 곧 승리를 확실히 하고, 평화를 지킨다.”
민간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품은 K-예비전력을 국가 방위의 주역으로 세우는 것은, 곧 Asymmetric K-RMA를 완성하고 적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억제력을 갖추는 길이다. 이들을 국가 방위의 당당한 주역으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 필자 소개 *
신치범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이자 평생교육원 계룡학습관장. 『비대칭성 기반의 한국형 군사혁신』,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 중층적 구조의 기원』 등 저술. 한미일 안보협력, 군사혁신과 미래전 담론을 아우르는 학제적 연구와 정책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평생교육원 계룡학습관장으로서 계룡대 육・해・공군본부 간부들에게 양질의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