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 잠재력 훼손…통일비용은 한시적, 편익총합은 ‘무한대’
- 통일은 한민족에게 주어진 강대국 진입 기회의 유예된 카드

광복과 분단 80주년을 맞는 오늘날까지 남북 분단에 따른 분단비용과 기회비용은 막대하다. 무엇보다 한국(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 및 저렴한 노동력이 결합하지 못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이 크게 훼손됐다.
국토 활용의 비효율성도 크다. 분단은 철도, 도로, 항만 등 한반도를 관통하는 교통망과 물류망의 구축을 가로막았다. 이는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육상 진출을 제약하는 결과도 낳았다.
백두산, 금강산 등 북한지역의 우수한 자연 및 문화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활용할 기회 역시 차단됐다. 분단으로 인한 남북의 통합 실패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이익을 놓친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분단은 수십 년간 남북 경제가 각기 다른 경로(經路)에 의존하게 만들고, 이는 구조적 왜곡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남한은 해상 무역과 자원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갖게 됐고, 북한은 고립된 자립경제를 고수하며 체제 위기의 외줄타기를 지속하고 있다.
경로 의존성은 과거의 선택이나 관행에 익숙해져 비효율적임에도 이를 지속하는 경제적 현상이다. 이는 통일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제약이 될 수 있다.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고려했을 때 통일이란 공산주의 빈곤국과 자본주의 선진국의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합치는 것이다. 근대 이래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실험이다. 이 때문에 통일비용과 통일편익에 따른 비교우위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야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통일비용은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완성하기까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말한다. 크게 투자비용, 사회보장비용, 제도통합비용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투자비용은 북한 주민의 소득을 1만 달러 또는 2만 달러 등 특정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투자총액이다. 사회보장비용은 통일 후 북한지역에서 실업 상태에 있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존과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치르는 비용이다. 아울러 제도통합비용은 남북의 서로 다른 제도를 통합하는 데 소요되는 일종의 행정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일 후 초기 5년간 통일비용은 투자비용 60%, 사회보장비용 40% 정도였다. 제도통합비용은 규모가 크지 않았다. 통일비용의 대부분은 투자비용과 사회보장비용인 셈이다.
통일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 즉 통일편익은 계산이 가능한 편익과 계산이 어려운 편익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계산이 가능한 편익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국방비 절감 효과다. 올해 한국의 국방예산은 61조2469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2% 수준이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전 GDP의 2.5%였던 국방비를 통일 후 1.5%까지 약 40% 낮췄다. 이를 한국에 적용해 보면 24조5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국가위험도 감소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이자율 하락 효과도 볼 수 있다. 국가위험도는 특정 국가의 정치․경제적 요인으로 투자 원금의 회수 불능 또는 지연 위험이 발생하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현재 한국은 남북 대치 상황으로 돈을 빌려올 때 다른 나라보다 0.2%포인트의 이자를 더 내고 있다. 이를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 통일은 이를 없애는 요인이 된다.
물론 계산하기 어려운 편익도 많다. 생산요소의 증가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매년 30만~40만명씩 줄어들어 2027년에는 노동투입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인구 2400만명의 신규 유입은 생산 잠재력을 대폭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북한 국토가 한국의 1.2배 정도 되기 때문에 통일이 되면 국토 넓이가 두 배 이상 커지게 된다. 중요한 생산요소인 노동, 토지, 자본 중에 노동과 토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추정 기관에 따라 적게는 4조 달러, 많게는 7조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지하자원의 가치만 가지고도 통일비용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
내수시장 확대 역시 가늠할 수 없는 통일편익이다. 한국은 5000만명 정도밖에 안 되는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 실적이 한국 경제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해왔다. 통일을 통해 절대인구가 늘어나면 내수시장 규모가 커져 해외 여건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마디로 통일이 '해법'인 셈이다.
전쟁으로 힘의 균형이 자주 뒤바뀌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한국과 같은 후발주자가 강대국 대열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통일이 갖고 있는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 상승효과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획기적인 지위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통일비용은 한시적이지만 편익의 총합은 무한대다. 일각에서 통일은 한민족에게만 주어진, 아직 사용하지 않은 ‘유예된 카드’라고 말하는 이유다./정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