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재래식 전력 우위 1970년대부터 계속 공고해져
- 北, 핵개발로 응수…‘치킨게임’ 종료시킬 군축 필요

 

긴장감이 팽팽한 휴전선. 남북 간의 과도한 군비경쟁은 평화를 위협할 뿐 아니라 서로의 국력과 잠재력을 깎아먹고 있다./연합 
긴장감이 팽팽한 휴전선. 남북 간의 과도한 군비경쟁은 평화를 위협할 뿐 아니라 서로의 국력과 잠재력을 깎아먹고 있다./연합 

한국과 북한간 문제의 원인은 단순히 양국이 분단국가이기 때문은 아니다. 양국은 1953년 휴전체제 성립 이후 현재까지 다시 전쟁이 재개될 것을 전제로 군사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한 군비경쟁은 발전을 원하는 양국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군대는 국가가 전쟁을 대비해 드는 보험이다. 즉,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돈인 국방비는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없이 버리는 돈이다. 이 때문에 군비경쟁에서 이기려면 상대 국가에 비해 더 큰 경제력을 지녀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북한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경제력으로나 국방비로나 한국과의 경쟁에서 확실히 열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북한을 추월한 시점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통일부에서는 1974년, 국가정보원에서는 1968년부터라고 파악한다. 2020년 한국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부터 1인당 국민총소득(GNI) 역시 한국이 북한을 추월했다. 국방비는 1970년대 후반부터 한국이 북한을 추월했다.

2024년 한국의 GDP와 국방비는 각각 2556조원과 59조원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같은 해 북한의 GDP는 약 4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4분의 1 또는 3분의 1 정도가 국방비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전제로 하면 북한은 GDP 대비 국방비 비중 면에서 명실공히 세계 1위 국가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GDP는 북한의 60배 이상, 국방비는 4~6배가량 많다.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격차는 무려 50여년에 걸쳐 이어져 왔다. 이 때문에 재래식 전력 면에서는 이미 한국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재래식 전력은 세계 5위권인데 반해 북한은 30위 이하다. 한국은 병력 규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질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정밀타격 능력, 정보감시정찰 능력, 공군력 등 현대전의 핵심 분야에서 격차가 매우 커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한국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때 한국에 선제 공격을 벌여 3일 만에 서울을 함락시켰던 북한의 군사력이 이렇게 된 것은 국방비를 부담하는 북한 경제가 1960년대부터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국가 경제 특유의 두 문제, 즉 계획경제의 비효율성과 경제 규모를 단시간에 늘리기 위한 무리한 군수산업 증대로 부작용이 겹쳐 이 때부터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에는 악재가 더 늘어나는데, 경제 성장을 위해 해외에서 도입한 설비 비용을 오일 쇼크 등의 외부효과로 제대로 갚지 못하자 국제적인 신용도 하락과 외채 누적, 무역수지 적자를 일으켰다. 이후 김일성 주체사상이 경제 정책에 영향을 크게 주자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제한했다.

이는 북한 경제가 국제적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이 시기에 공산주의권의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면서 소련 등 동료 공산주의 국가들의 경제 지원도 줄어든다.

특히 1990년대 들어와선 공산권의 붕괴로 경제 지원이 사실상 끊기고, 흉년으로 ‘고난의 행군’까지 겪으면서 경제와 국방의 발전은 지극히 어려워졌다.

따라서 북한은 체제 수호를 위해 화생방무기, 사이버전 등의 비대칭전 역량 확대에 일찌감치 손을 댄다. 특히 핵무기 보유는 길게 잡으면 1945년 해방 및 분단 이후부터 북한의 숙원사업이었다고 전해진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원자탄 2발을 맞고 항복한 것을 본 김일성 주석이 그 때부터 핵보유를 원해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소련의 기술 지원을 받으며 핵개발을 시작했고, 1980년대부터는 자체적인 핵개발 능력을 갖추고자 했다. 1990년대 초에는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추출에 성공하며 핵무기 개발 능력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 이후 북한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총 6회의 핵실험을 실시한 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은 현재 핵탄두 50발을 보유했다고 추정되며, 전략 원자력 잠수함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발전된 투발 수단 확보, 핵보복 능력 확보 등 완성된 핵능력을 추구하고 있다. 그것도 핵개발을 막기 위한 유엔의 강력한 경제제재에 시달리면서까지 계속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남북간 군비경쟁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재래식 전력으로 핵전력을 완벽히 방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적국의 핵전력을 억제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방어 수단은 핵전력이다. 상호확증파괴, 즉 유사시 적국이 핵으로 우리를 파괴할 경우 적국도 우리의 핵보복에 의해 확실히 파괴되고 만다는 사실을 인지시킴으로써 핵전쟁을 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핵무장국들은 더 이상의 핵무장국들이 생기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과는 정반대 방향인 적극적 해외 무역을 통해 경제 발전에 성공한 한국은 기존 핵무장국들이 가하는 국제 제재를 무릅쓰고 핵을 개발하기 어려운 국가 체질이 됐다.

이 때문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핵에 맞서 군비경쟁을 벌이기는 어렵다. 물론 자체 역량도 강화해야 하겠지만 동맹국이자 핵무장국인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과 핵우산을 의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미국의 지원이 있다면 한국도 핵 잠재력을 키우거나 핵무장에 나설 수 있겠지만 그것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게다가 한국의 국방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한국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름아닌 고도 발전 사회의 부작용인 저출산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여성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고작 0.75명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다. 이는 북한 여성의 같은 해 합계출산율 1.8명보다 한참 낮다.

이 같은 저출산이 한국의 과다한 인적 군비, 즉 인구 100명당 1명에 달하는 상비병력수를 유지시킬 수 없는 국방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대로라면 2040년에는 병력 40만명조차도 채울 수 없다. 현재도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군대에 보내서는 안 되는 인원까지 현역으로 군대에 가고 있다. 2024년의 징병검사 현역 판정률은 86%다. 남녀 공동징병제를 실시하는 이스라엘보다도 높다.

그럼에도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맞서 나라를 지키는 사람의 숫자는 줄고 있다. 다른 군 장비와는 달리 돈으로 절대 못 사는 ‘인간의 피’가 21세기 한국군에서 가장 귀중하고 희소한 자원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분단 이후 80년간 지속돼 온 남북한간 군비경쟁이 양쪽 모두에서 한계에 봉착했음을 알려준다. 80년간의 줄다리기에 힘이 빠진 남북한은 이제 군축을 통해 이 치킨게임을 연착륙시키고, 평화는 물론 통일까지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군축은 △상호신뢰 구축 △재래식 전력 감축 △북한 핵전력 동결 → 감축 → 비핵화 순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와 휴전선에서 대북 방송을 중지한 것도 상호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인 셈이다. 특히 핵전력 관련 군축은 이의 이행과 검증에 국제사회의 협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제반 여건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재래식 전력이 한국에 비해 절대 열세임을 인정하고, 그런 여건에서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핵무장 카드를 빼들었다. 게다가 ‘격변의 축’이라고도 불리는 권위주의 국가연합 크링크(CRINK,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영어 머릿글자)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와 대립각을 세우는 '신냉전 바람'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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