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수함 전문가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인터뷰
- 북 핵무기 막을 유일한 방법은 핵추진잠수함뿐

문근식 한양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특임교수가 7월 15일 서울 강남구 샌드타임즈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샌드타임즈 
문근식 한양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특임교수가 7월 15일 서울 강남구 샌드타임즈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샌드타임즈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없이는 북한의 핵 위협에 속수무책입니다.”

2025년 7월 15일 서울 강남구 샌드타임즈 사무실에서 만난 문근식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소형화했고, 이걸 잠수함에 실으려고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전술핵을 잠수함에 탑재하게 되면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미국의 확장 억제도 현실적으로 제한될 것"이라며 "결국 ‘코리아 패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교수는 해군 예비역 대령으로 현역 시절에는 잠수함 장교로 오랜 기간 근무했으며 군문을 나선 뒤에는 국방/안보/방위 산업 분야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그는 최근 고조되는 북한의 핵무장 행보를 두고 “이제는 우리도 핵잠수함을 만들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의 화두는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SSN). 문 교수는 핵무장 대신 “핵잠수함이야말로 북한의 수중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했다.

北, SLBM으로 '게임 체인저'… 한국도 움직여야

“2016년 8월 24일,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북한의 ICBM 위협은 허풍쯤으로 치부했지만, 수중에서 발사되는 SLBM은 다릅니다. 미국도 즉각 반응했고, 우리도 내부적으로 ‘이제는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문 교수는 그 전환점으로 1기 트럼프 정부 당시 미 항공모함 전단 3개가 한반도 인근에 집결했던 2017년을 꼽았다. 그는 “북한이 SLBM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하자마자 워싱턴도, 서울도 동시에 긴장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핵잠수함의 가치는 '추적 감시 능력'에 있다고 했다. "지상의 핵무기는 한미 정찰자산으로 24시간 감시가 가능하지만, 수중에 숨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북한이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수중에서 추적할 수단이 없습니다."

그는 디젤 잠수함의 한계도 짚었다. “디젤 잠수함은 하루 두세 번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합니다. 충전 때문입니다. 반면 핵잠수함은 보급만 받으면 수개월간 수중에서 작전이 가능합니다.”

문 교수는 “2017년 이후 한국도 비공식적으로 핵잠수함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안상의 이유로 모든 게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며 “민·관·군 협업이 막혀 효율이 떨어진다. 이제는 ‘커밍아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5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잠수함 개발 현장을 시찰한 장면을 상기시켰다. “북한은 경제력도, 기술력도 우리보다 한참 뒤쳐지지만 핵잠수함, 핵무기, ICBM 모두 실전 배치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미국 눈치만 보고 있죠.”

문 교수는 국민 여론도 이미 움직였다고 했다. “2021년 통일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5.2%가 핵잠수함 보유에 찬성했습니다. 국민이 준비됐는데, 정치권이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 겁니다.”

문 교수는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거대 핵잠수함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라며 “북한의 SLBM을 추적·감시할 수 있는 수준의 소형 핵추진 잠수함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 독자 핵무장이 아니라 억제력 확보를 위한 전략무기”라며 “미국도 결국 한미동맹 아래에서 우리 역할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계기로 핵잠수함 건조의 기술적 병목을 뚫고 있다”며 “핵무기를 수중에 은닉해 기습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무기 전략이 다중화·소형화·은닉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상에 감추고, 지하에 묻고, 마지막으로 물속에 숨기는 게 북한 핵무력 완성의 핵심입니다. 핵잠수함은 바로 그 마지막 퍼즐입니다.”

문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SLBM 계열을 다양하게 확보했다. “북극성 1형부터 5형, 심지어 미니 SLBM까지 거의 모든 종류를 개발하고 시험 발사했습니다. 하지만 실전배치하려면 이를 실을 수 있는 플랫폼, 즉 핵잠수함이 필요합니다.”

김정은은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핵잠수함 설계 검토를 마쳤다”고 공언했지만, 그해 하반기 관련 인사들이 집단 징계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문 교수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핵심은 소형 원자로 설계”라고 분석했다.

“잠수함 자체는 북한이 우리보다 30년 먼저 만들었지만, 소형 원자로는 다릅니다. 연구용 원자로는 있어도 함정용으로 소형화한 경험이 없습니다. 결국 ‘김군옥함’이라는 디젤 잠수함에 핵무기를 억지로 싣는 ‘미봉책’이 등장한 이유입니다.”

2023년 9월 6일 진수된 이 김군옥함은 SLBM 10기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년 가까이 시운전이 완료됐다는 소식이 없다. 문 교수는 “이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 보면 기술적 문제에 봉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기술-파병’ 거래를 통해 민감한 기술 이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에서 ICBM, 인공위성, 정찰기술을 요구했으며, 핵잠수함 관련 기술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북러가 ‘졸업 동맹’을 복원하면서, 북한은 쌀과 기름,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을 요구했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그런 움직임을 보도했고,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 3월 8일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또다시 시찰했습니다. 단순한 제스처가 아닙니다.”

북한이 물속에 핵을 집어넣는 날, 대한민국은 완전히 새로운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

문 교수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대립 속에 북한을 적극 활용할 여지가 있다”며, “제재 위반이든 아니든 러시아가 핵잠수함 설계 기술 일부를 이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등 6개국이다. 문 교수는 “북한이 그 대열에 합류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주장했지만 SLBM 플랫폼이 없어서 허세로 치부됐습니다. 하지만 핵잠수함이 실전 배치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순간 북한의 핵은 완성되고, 한반도 안보 지형은 근본적으로 변합니다. 미국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상황이 도래하는 거죠.”

문 교수는 “북한은 핵무기를 실을 플랫폼 확보에 목을 매고 있는데, 우리는 핵잠수함 개발 상황을 비공개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북한이 물속에 핵을 집어넣는 날, 대한민국은 완전히 새로운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잠수함과 소형원자로 제조 기술 세계 최고 수준

북한이 핵 핵잠수함 개발에 속도를 내며 ‘물속의 핵’을 현실화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는 왜 아직 핵추진잠수함을 갖추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 과거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핵잠수함 개발 실무 책임자로 사업단을 이끌었던 문 교수는 당시 사업을 접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시화되던 당시  군 내부에선 ‘물속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당시에는 잠수함을 들여온 지 10년도 채 안 된 시점이라 운영 노하우도 부족했고, 원자로 설계·제작 경험도 없었지만 기초 연구는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2년, IAEA가 한국의 핵연료 소량 농축 사실을 문제 삼으면서 외교적 논란이 됐고 ‘혹시 핵무기 만들려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려다 사업이 조용히 접혔다. 그 후 국방비의 우선 순위는 ‘이지스 구축함’에 돌아갔다. 핵잠수함은 물밑으로 가라앉았고 관련 기술은 비공식적으로만 이어졌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어떤 상황일까?

문 교수는 “핵잠수함의 원자로는 소형이지만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미 기술적 기반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이 핵무기 재료로도 전용될 수 있어, 미국이나 IAEA의 통제를 받는다”며 “결국은 정치적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잠수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독일제보다 낫다고 평가받고 있고, 실제로 해외 수출도 활발합니다. 원자로도 우리가 직접 만들고, 중동·동유럽 국가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핵잠수함의 핵심은 두 가지다. ▲잠수함 자체 건조 능력 ▲원자로 탑재 능력. 한국은 이 두 가지 모두를 확보했다.

그러나 결정적 장애물은 바로 ‘핵연료’다. “우리는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없어요.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상 군사용 전용도 안 되고요. 그래서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외국에서 사 와야 합니다. 프랑스나 인도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조차도 정치적, 외교적 문제가 뒤따른다. 우라늄을 수입하려면 국제 원자력 기구(IAEA)와의 감시 체계를 따르고 미국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문 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의 안보 현실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고, 핵잠수함은 자위적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물속에 집어넣고 있는데, 우리는 바다 위에서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핵 원료 확보 위해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도 필요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미국이 우리를 의심한다면 그건 동맹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만 사서 군함 추진체에 쓰겠다는 것인데, 그걸 못 믿는다면 안보 파트너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수십 년 앞서 SLBM까지 실전 배치하고 있는데, 우리가 따라잡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 여론이 뒷받침된다면 정치권도 움직일 것이고, 그땐 국제사회도 우리를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소한 그것을 못 쓰게는 해야 합니다. 핵잠수함은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억제 수단입니다. 북한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우리도 물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이 그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핵추진잠수함은 탐지 회피 능력이 뛰어나고 작전 반경도 크다. 디젤잠수함이 감시받는 범위가 ‘20마일×20마일’이라면, 핵잠수함은 ‘100마일×100마일’이다. 단순한 숫자만 봐도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항공모함은 좋지만 너무 비쌉니다. 유지비도 엄청나죠. 국민 세금으로 하는 자주국방이라면, 효율을 따져야 합니다.” 그는 “핵잠수함은 비싸도 그만큼 효과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6000~7000톤급으로 국산화하면 척당 약 2조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디젤잠수함의 2.5배가 들 수 있지만, 전술적 효과는 10배 이상입니다. 전략적으로 보면 비교가 안 됩니다.”

정치권과 국방 당국이 적극 나서서 핵추진잠수함 공개사업 전환해야 

문 교수는 우리 정치권과 국방 당국의 ‘소극적인 자세’를 아쉬워했다. “기술은 있는데, 눈치만 봐요. 국방부는 진급 걱정, 부품 수입은 ‘최종 사용자 증명’(EUC) 때문에 어렵고, 다 비밀 사업이라 말도 못 해요. 그러니 진도가 안 나가죠.”

그는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보다 주도적인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미·영·호주와 같은 ‘파이브 아이즈’는 아니지만, 70년 넘는 동맹 아닙니까? 트럼프 정부 1기 시절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핵잠수함 협력을 요청했고, 미국은 부정도 긍정도 안 했어요. 지금은 미중 전략경쟁 속에 우리가 더 필요할 겁니다.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는 최근 북한이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소형화했고, 이걸 잠수함에 싣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어요. 그렇게 되면, 미국의 확장 억제도 현실적으로 제한됩니다. 우린 ‘코리아 패싱’을 겪게 될 겁니다.”

“국민들이 이렇게 말할 겁니다. ‘돈도 기술도 있는데 왜 못하느냐’, ‘우리가 핵무기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북한보다 뒤지게 놔두냐’고. 이건 결코 용서 못 할 일입니다.” 핵잠수함 개발이 더딘 이유에 대해 그는 현장 개발자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핵잠수함 부품은 수만 가지다. 우리가 다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해외 구매도 필요하다. 그런데 '엔드 유저 서트피케이트(최종 사용자 증명)'를 내야 하는데 핵잠수함 개발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보니 이를 밝힐 수가 없다. 결국 외국산 부품도 제대로 못 산다.”

그는 이어 “진급이나 좌천을 걱정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으니, 기술력은 있어도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무기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핵잠수함을 실전 배치하게 되면, 우리는 전략적으로 완전히 코리아 패싱에 직면한다. 통미복남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지금이 우리 전략무기 체계의 전환점이다.”

일본의 대응 태세와의 차이점에 대해 “일본은 요코스카, 사세보 등 기지에 미 핵전력이 상시 주둔하고 있고, 미국과 정보 공유가 철저하다. 북한도 일본은 잘 안 건드린다. 대신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전술핵 위협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6개월~1년이면 핵잠수함 만든다"며 "일본은 핵재처리시설도 있고, 농축시설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 때 수십억 달러를 들여 다 확보했다"며 "우리는 한참 뒤졌지만 이제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은 방산 수출에도 기여

문 교수는 "핵잠수함은 방산 수출에도 엄청난 상징성을 가진다. 우리나라가 항공모함 빼고는 다 만든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며 "자주국방도 실현하고, 군수산업 수출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억제력도 높인다"며 "도쿄든 상하이든 언제 어디서든 조용히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은 전쟁 억지력으로서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이 굳건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전쟁은 우리가 먼저 맞습니다. 우리가 버텨야 미국도 오는 겁니다. 독자적인 전력이 있어야 미군도 안심하고 협력할 수 있습니다.”

문 교수는 “미국이 떠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버틸 수 있어야 진짜 자주국방"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진짜 자주 국방. 그 중심에 핵잠수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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