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을 가공해 얻은 펄프로 도배지와 복층지 생산
- 의외로 과학적…한국과 우크라도 유사 기술 개발

나무가 부족해 민둥산이 많은 북한. 그런 북한이 나무 대신 낙엽으로 종이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8일 북한의 대외 선전용 매체 '내나라'는 최근 북한의 국가과학원 제지공학연구소가 낙엽을 활용한 종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내나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종이 1톤을 제작할 때 나무 17그루가 필요하지만, 개발된 신기술로는 낙엽 2~3톤으로 1톤의 종이를 생산할 수 있다.
제지공학연구소 연구진은 몇 년 전부터 단풍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밤나무, 참나무 등 북한에서 널리 재배되고 채취가 쉬운 활엽수의 낙엽을 제지에 활용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각 수종의 낙엽을 생물학적, 물리적, 화학적으로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제지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낙엽을 활용한 펄프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이 기술로 만든 묘목용 종이 용기는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 생산 비용이 절반가량이며, 생분해성이라 환경친화적이며, 묘목의 발근율도 높일 수 있다고 내나라는 보도했다.
또한 현재 제지공학연구소에서는 신설 예정인 제지공장에 낙엽 펄프와 2겹 복층지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구축, 벽·바닥용 도배지와 복층지의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내나라는 보도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낙엽 제지' 기술이 과거 김일성 주석이 항일무장 투쟁 때 솔방울로 만든 수류탄을 썼다는 식의 허황된 주장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기존에도 낙엽 제지 기술은 여기저기에서 개발돼 있었다. 낙엽도 나무의 일부이고, 종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펄프의 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4년 낙엽을 사용한 제지 기술이 특허 출원된 적이 있었다. 낙엽을 분쇄한 후 색소를 분리하고, 섬유를 추출한 후 이 섬유로 펄프를 제조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해당 기술은 심사 미청구로 특허 출원이 취하됐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지난 2021년 발명가 발렌틴 프레치카가 유사한 공법을 쓰는 낙엽 제지 기술의 특허를 얻어 스타트업 ‘릴리프 페이퍼’를 창업해 재생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낙엽 제지 기술 개발은 제지에 사용되는 나무를 줄여 산림녹화에 일조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종이 부족에 시달리던 북한은 옥수수 껍질 등 다양한 대체 소재로 종이를 만들어왔다.
북한은 갈대도 제지에 활용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19년 9월 3일 ‘종이 생산의 돌파구가 확고히 열리고 있다’면서 ‘신의주화학섬유공장에서 비단섬(압록강 하구에 위치) 갈대로 종이를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자국에서 대체 원료로 개발한 종이는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매년 상당량의 종이를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