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후보자, 개성공단을 한민족 생존 전략의 시발점 인식
- 중국식 산업단지화, 적대적 두 국가론 등 악재도 산적해

이재명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것은 물론 남북 화해협력과 교류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2004년 7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도 지냈다. 통일부 장관이던 지난 2005년 6월에는 대통령 특사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단독 면담하기도 했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 도전했을 때는 '개성동영'을 구호로 내세웠을 만큼 개성공단에 대한 애착이 깊다. 2013년 발간한 저서 ‘10년 후 통일’에서는 개성공단과 2005년 6자회담의 9ㆍ19 공동성명이 10년 후 통일로 가는 '두 바퀴'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6자회담의 9ㆍ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에너지와 경제적 지원을 받기로 합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족적’으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은 정 후보자가 남북 화해협력과 교류, 특히 개성공단 재개를 이끌 적임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0년 현대아산과 북한의 실무 협의가 시작됐으며, 2003년 6월 착공했다. 그리고 2004년 6월 시범단지에 식기회사 리빙아트와 의류회사 신원 등의 입주 계약이 체결됐고, 2005년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2013년 4~8월 한 차례 가동이 중단됐고, 2016년 2월에는 가동을 전면 중단하게 됐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박근혜 정부의 대북제재 이행에 따른 것이다.
정 후보자는 개성공단을 한반도에 전쟁이 없는 한민족 생존 전략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한민족 평화의 ‘마중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통 큰 결단에 의해 개성공단이 설립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당시 북한의 최대 화력이 집중돼 있던 군사적 요충지였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은 강제 퇴거 이후 뉴스로만 공단 관련 소식을 전해 듣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2020년 6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에는 공장 내부 상태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인허가와 출입경, 노무 및 시설관리 등을 지원하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도 지난해 3월 해산됐다. 입주 기업에 대한 지원 업무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위탁한 상태다.
대부분의 입주 기업은 개성공단 관련 손실분을 이미 회계에 반영했다. 한국 정부의 경협보험금과 피해지원금이 지급됐지만 일부 손실은 개별 기업들이 떠안았다. 한 입주 기업 관계자는 “당시 공장, 생산라인, 재고, 자재, 차량 등 고정자산과 재산 모두 손실을 봤지만 급히 쫓겨나는 바람에 정확히 파악이 어려웠다”며 “정부의 경협보험금과 피해지원금 수령 등을 포함해 피해 금액의 80∼90% 정도를 보상받은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 복원 기조가 이어지면서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입주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동일한 언어 사용 등의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개성공단은 문화ㆍ언어가 유사한 노동력을 활용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중소기업에게 해외 진출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왔다”며 “지금도 입주 기업의 90% 이상이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북경협은 개성공단으로 대표되는 제조업, 금강산 관광 등의 서비스업, 그리고 광물자원 개발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진행돼 왔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개성공단이다.
남북경협은 북한의 광물자원과 노동력, 그리고 한국의 자본 등 각 지역의 강점을 결합해 서로의 경제 발전을 촉진시킨다. 이렇게 하면 분단 상황 속에서도 양측 모두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남북경협은 유라시아 대륙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등 대외경제정책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문제는 북한 당국의 속내다. 최근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의 재구조화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중국 자본의 유입 정황이 포착되는 등 ‘중국식 산업단지’ 추진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GACC)에 따르면 지난 4월 북중 무역액은 2억2210만 달러(한화 309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나 늘어나는 등 북러 밀착에도 경제적 관계는 끈끈함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식 산업단지화는 북한 경제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개성공단의 본래 의미였던 남북경협 모델로의 복원을 멀어지게 하는 악재다.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적대적 두 국가론’은 남북경협 모델로서의 개성공단 재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복병’이다. 남북관계의 현실은 경제 분야의 독립적 행보가 어려운 정치 우선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