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성 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문 성 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올해로 김일성의 불법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6.25 남침 전쟁 75주년을 맞게 된다. 1950년 6월 25일 새벅 38도선 전 전선에서 공격을 개시한 김일성은 50일 이내 남한을 석권하고 광복 5주년을 기해 자신이 한반도의 주인이 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그만큼 남한의 대비가 허술했을 뿐 아니라 미국 또한 이런 움직임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은 가짜 김일성인 김성주(소련군 대위)를 내세워 북한에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하고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려는 팽창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전쟁 막판에 끼어든 소련과 연합으로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맞은 미국은 소련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한반도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남하하는 소련을 38도 선에서 멈추게 한 뒤, 소련과 협의를 통해 한반도에 통일 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는 안이한 판단을 한 것 같다.

따라서 소련이 북한에 적극적인 군사지원을 통해 남침 준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미국은 한국의 군대를 그저 치안 수준에 그칠 정도로 제한했다. 거기에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9년 이승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군을 모두 철수했다.

그리고 이듬해 1950년 1월 트루만 정부 국무장관인 애치슨이 태평양 방위선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제외시킴으로써 김일성이 남침을 결심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오늘날도 국제정세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단단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제2의 6.25를 막지 못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6.25는 대한민국에게 커다란 아픔을 준 사건이지만 동시에 한미동맹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준 전환점이기도 하다. 6.25 75주년을 맞는 이 시점이 우리에게 주는 안보적 의미는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6.25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3년 1개월 동안 진행된 6.25 전쟁은 엄청난 상처를 남긴 채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로 멈춰 섰다. 하지만 지금도 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로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왜냐하면 정전(停戰)이란 전쟁을 멈춰놓은 것이기에 협정체결 72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도 정전협정은 유효하며 정전체제 아래 있는 남과 북은 현재 전쟁상태라 할 수 있다.

사실 정전협정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그어 군사력을 분리하고 비무장지대까지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동 협정에서는 상대방을 향한 군사적 공격이나 도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1960년대 청와대기습,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1970년대 육영수 여사 피격, 판문점 도끼 만행, 1980년대 버마 아웅산 묘소 폭파, KAL 858기 폭파, 1990년대 강릉잠수함 침투, 1차 연평해전, 2000년대 2차 연평해전, 천안함피격,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 오물풍선 투하 등 헤아릴 수 없는 무력 도발을 자행했다. 1970년대 초 남과 북은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 및 화해를 시도했다.

7.4 공동성명도 발표했고 이후 1990년대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한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타결,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6.15 공동선언, 2018년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및 9.19 공동선언 등 수많은 대화와 합의가 있었지만, 지난 세월 동안 북한 정권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진정성은 없었다.

아쉬울 때는 나와서 대화와 합의를 하고, 뒤돌아서 우리의 뒤통수를 갈기는 그야말로 화전양면전술을 반복해서 구사한 것이다. 그들에게 대화와 도발은 대남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남적화전략목표는 지금도 불변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북한 정권은 제2의 6.25 즉, 재침을 위한 대남군사력 우위 확보를 지속 시도해왔다. 이는 분단 이후 80년 동안 변하지 않는 북한의 대남무력적화통일전략 때문이다. 김일성의 6.25 남침도 바로 대남무력적화통일 목표를 이루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군에 의해 패퇴 당했고, 이후 결성된 공고한 한미동맹의 힘으로 북한의 재침 시도는 억제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현재도 핵미사일 역량 강화에 몰두하면서 무력적화통일 위협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국력이 북한을 압도하는데 북한이 어떻게 재침할 수 있겠는가? 라는 물음표를 던진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전쟁의 승패는 반드시 군사력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를 보자. 1920년대 한 줌에 불과했던 중공군이 1949년 거대한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20여 년 만에 중국 대륙을 붉게 물들였다. 또한, 월남전에서 압도적인 미국의 군사력 앞에서도 공산 월맹군은 1973년 파리평화조약을 맺어 미군을 내쫓고 이후 2년 만에 자유 월남을 무력으로 공산화 통일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떠한가? 지금 수십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술 핵탄두를 장착한 다양한 미사일로 대한민국은 물론, 일본이나 괌,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할 정도의 역량을 구비하고 있다.

거기에다 최근 김정은 정권은 침략자 푸틴과 동맹을 맺고 유사시 즉각 군사 개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불법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략했고 예상외로 전쟁 지속 역량이 딸리자 김정은에게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북한은 수많은 포탄과 미사일 러시아에 제공한 데 이어 1만4천여 명의 병력까지 보내 피를 흘리며 푸틴을 도왔다. 북한군 사상자 수가 5천여 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 전투 및 건설공병 병력 6천여 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파병이 2024년 6월 평양에서 맺은 전략적 포괄적 동반자조약에 의거한 것이라면서 적법하다 강변하고 있지만, 이는 유엔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김정은이 이처럼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대남적화통일목표 달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여러모로 군사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3년 북한이 세 차례 실패한 군사정찰 위성을 러시아의 도움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북한이 조기 경보통제기, 5천 톤급 구축함, 핵추진잠수함의 건조, 각종 무인기 등을 과시하고 있는데 그 배후에는 러시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푸틴은 김정은에게 파병에 대한 감사 표현과 함께 쿠르스크 전선에서 희생된 북한군의 영웅적인 모습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혈맹임을 과시했다. 러북 침략동맹은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핵 개발에 집착해온 북한은 한때 “이 핵무기는 동족을 향해서는 결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노골적으로 “서울도 핵 과녁”임을 숨기지 않는다. 2022년 9월 북한은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하고 언제든 김정은이 맘만 먹으면 핵무기로 대한민국을 타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듬해 말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의 관계가 아니라 교전국 관계이며 제1의 적, 주적 운운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한국을 초토화할 것이다. 영토를 평정할 것이라면서 공개적으로 협박했다. 아울러 남북 간 이룬 모든 합의를 부정하고 대화와 교류를 완전히 중단했다. 그러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남북 관련 모든 조직을 해체했다.

남북 직통 전화선을 끊고 비무장지대 내 장벽과 지뢰지대를 만들고, 남북 간 연결된 철도와 도로를 폭파했다. 남북 간 연결고리를 물리적으로 완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러는 것일까? 이를 통해 남풍이 불어오는 것을 막아 정권과 체제를 지켜보겠다는 김정은의 처절한 몸부림이라 할 것이다.

강력한 힘으로 통일 대한민국을 이뤄내야 한다.

6.25 전쟁 75주년을 맞아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김정은의 그릇된 인식과 야망을 좌절시키는 것이 급선무라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이 추구하는 대남무력적화목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토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아무리 핵미사일 역량을 갖고 있더라도 결코 사용할 수 없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북한 정권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태롭게 하는 것임을 깨닫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응징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구비해야 한다.

2023년 한국과 미국 정상이 워싱턴선언에서 합의한바 한미일체형확장억제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공고히 함은 물론,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 한국형 3축체계를 조속히 완성해야 한다. 아울러 한미일 안보협력을 공고히 하고 유엔군사령부의 전력제공자(force provider) 역할 강화를 위한 조치도 이어가야 한다.

둘째, 북한 변화를 지속 추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북한 정권이 변화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뜨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북한 주민들이 당하는 모든 고통과 어려움은 김씨 세습정권의 무능과 정권욕 때문임을 주민들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통일대북정책의 또 다른 초점은 북한 주민들에게 모아져야 한다. 북한 정권을 돕는 정책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 혜택을 입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1990년에 통일을 이룬 서독의 대동독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통일의 키워드는 동독의 변화에 있었다. 변화된 동독 주민들은 결국 공산정권을 민주화시키고 자유 서독과 하나 되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북한 변화를 유도하여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자유 통일을 성취해 나가야 한다. 통일은 북한 정권을 소멸시켜 최고의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며, 북한 주민들이 사람답게 살도록 만드는 길이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며 오늘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6.25 전쟁을 계기로 공고한 한미동맹을 발전시켰고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명실공히 세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올해 6.25 전쟁 75주년, 그리고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면서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자유 통일 추진의 원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통일의 꿈을 가지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가며 통일 대한민국을 이뤄야 내야 한다. 이것이 최고의 안보이며 최고의 번영이며 최고의 평화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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